행복의 기호들

우리는 평범한 생활에서 얼마나 멀어졌나?
우리가 주목하지 않았던 당연한 필요들, 일상을 만든 디자인을 찾아서

이 책은 2020년 9월 11일에 DDP디자인뮤지엄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행복의 기호들: 디자인과 일상의 탄생> 전시의 내용을 담고 있다. <행복의 기호들>은 DDP 소장품을 매개로 근대 일상의 탄생과 그 과정에서의 디자인을 보여주는 전시로 기획되었다. 8월까지도 전시 준비는 순탄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그런데 그달 말에 접어들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8.15 광복절을 기점으로 열린 대규모 집회의 영향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갑자기 늘기 시작한 것이다. 이로 인해 전시는 오픈까지 채 보름을 안 남긴 상태에서 무기한 연기되었다.

홍보를 위해 걸렸던 광고물과 배너가 철거되었다. 도착하던 전시품들도 되돌려 보내졌다. 그 과정에 온라인으로 전시를 진행한다는 결정이 내려졌다. 매체가 바뀐 것이다. 그에 따라 내용과 구성도 달라질 수밖에 없고, 달라져야 한다. 애초에 전시는 14개의 행위를 보여주기로 예정되었지만, 온라인으로 매체가 바뀌면서 내용을 축소하고 대상과 보여주는 방식도 변경할 수밖에 없었다.

팬데믹으로 연기되고 변경된 전시그리고 책

이 책은 크게 3개의 장으로 구성되었다. 1장은 주제에 대한 해석과 기획 의도, 전시가 던지는 물음 등을 보여준다. 2장에는 온라인 매체를 통해 소개되는 전시 내용을 담았다. 3장에는 애초에 전시를 통해 보여주고자 했던 14개의 일상적 행위에 대한 글을 담았다. 필자는 디자인 분야뿐만 아니라 미술, 건축, 문학 영역에서 활동하는 14명이다. 14개 행위에 관한 필자들 나름의 해석을 흥미롭게 보여주고 있다.

왜 일상인가?

도구는 사용 불가능성 앞에서 비로소 자신의 모습을 드러낸다.(마르틴 하이데거, <존재와 시간>) 손안에 있는 것은 작동 불가능함이 확인될 때 눈앞에 등장하며 특별히 우리의 시선을 끈다는 말이다. 가령 늘 사용하는 어떤 도구가 있다고 해보자. 스테이플러여도 좋고 펜이라도 좋다. 정상적으로 작동할 때 우리는 그것의 존재를 특별히 의식하지 않고, 단지 필요와 목적에 따라 습관적으로 이용할 뿐이다. 그런데 그것이 고장나거나 파손되어 작동하지 않을 때 우리는 비로소 그것의 존재를 의식하며 구조를 살피고 이전과 다른 시선으로 주목한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곁에 있을 때는 그 사람의 존재가 너무나 당연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어떤 이유로 그가 부재하게 될 때 그의 존재는 비로소 이전과 달리 눈에 들어오는 것이다. 그동안 당연한 것으로 생각해왔던 일상, 그래서 주목하지 않았던 일상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새로운 의미로 다가오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코로나로 인한 실제적 변화가 진행되면서 이전 삶의 방식이 하나둘 유효함을 상실하고 있다. 외출 시에는 마스크를 챙겨야 하고, 가까이 지내던 이들과 거리를 둬야 하며, 수업을 듣기 위해서는 원격회의 프로그램에 접속해야 한다. 외출과 만남을 자제해야 하고,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를 떠올리며 손도 자주 씻어야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람들은 사라져가는 일상을 향수 어린 시선으로 바라본다. 그 시선에는 아쉬움과 그리움이 묻어 있다. 매일매일 반복되었던, 특별할 것 없는 소소해 보였던 삶의 방식이 얼마나 소중한 것이었는지를 떠올리고 있다. 

<행복의 기호들: 디자인과 일상의 탄생>은 바로 이러한 맥락 속에서 기획되었다. 이 책의 관심은 다가올 일상에 있지 않다. 코로나가 휩쓸기 이전의 일상, 소위 근대적 삶이라고 불리는 일상, 그래서 현재에도 이어지고 있는 일상을 주목하고 있다.

보이지 않는 것을 위하여

광고에는 슬픔이나 불행이 없다. 광고는 언제나 사랑과 행복을 이야기하고, 여유와 편리함이 가능하다고 속삭인다. 거기에는 행복이 가득하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남성과 여성의 성역할을 구분하고, 여성의 일을 보잘 것 없는 것으로 이해하는 것과 같은 이데올로기가 자리한다. 이데올로기는 비가시적인 영역에서 일상을 주조한다. 비가시적인 이데올로기를 드러내는 것 역시 이 전시와 책이 의도하는 하나의 지점이다.

우선 전시는 말 그대로 행복의 기호들로 경험될 수 있다. 이러한 차원에서 주목되는 것은 화려한 디자인과 밝은 미소를 던지는 광고 속 인물들이다. 이러한 경험의 차원에서 관람객은 과거를 떠올리며 좋았던 시절을 추억할 수 있다. 하지만 한 차원 깊이 들여다보면 화려한 디자인과 미소 속에 숨겨진 가치들이 드러난다. 그것은 일종의 환등상이다. 그리고 더 깊은심연에 근대를 지탱하는 이데올로기와 자본주의의 시스템이 자리하고 있다. 그것을 경험하는 이들은 이전의 일상이 그렇게 아름다운 게 아니었다고 느낄지 모른다.

행복의 기호들
디자인과 일상의 탄생

지은이: 오창섭, 고민경, 곽재식, 구정연, 김종균, 박해천, 서민경, 안영주, 유지원, 전가경, 전은경, 전종현, 정다영, 최은별, 현시원, DDP디자인뮤지엄
디자인: 일상의실천
출판사: 에이치비 프레스
장르: 예술(디자인), 사회과학
출간일: 2021년 5월 20일
ISBN: 979-11-90314-05-3
분량: 238쪽  판형: 143x215mm가격: 16,000원

Symbols of Happiness : Design and the birth of daily life
by Chang-sup Oh, DDP Design Museum
published May 20, 2021

Design. Kwon Joonho everyday-practice.com
Assistant. Hyejin Kil, Chunghun Lee
Logotype design. @jungjinkim_type
Photography. @jskstudio
Publishing. @hbpress_

%d bloggers like th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