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에이치비 프레스

마침내 런던

책 때문에 떠난 여행 〈마침내 런던〉

뉴욕의 못 말리는 영국문학 애서가, 마침내 런던에 가다

* ‘채링 크로스 84번가’를 애서가들의 성지로 만든 작가, 헬레인 한프

* 생애 최초로 떠난 버킷리스트 런던 여행일기

* 아마존 독자 리뷰 675개, 평균 평점 4.6

“매력적인 작가. 수많은 만남과 즐거운 사건들의 독서 삼매경.” – 〈뉴욕타임스〉

“비 오는 날을 위한 멋진 대비책. 페이지마다 런던의 분위기가 스며 있어서 그 거리들이 눈앞에 펼쳐지는 것 같다.” – 아마존 독자평(Lucy S.)

“이 책엔 특유의 익살과 기지가 가득해, 일평생 우연한 만남들을 우정으로 바꿔 온 헬레인의 인간미가 그대로 느껴진다.” – 굿리즈 독자평(Brina)

책과 서점과 우정이 이어 준 비밀지도 같은 책

20년간 런던의 ‘마크스 서점’과 책, 편지, 그리고 우정을 주고받던 뉴욕의 무명 작가, 헬레인 한프. 그녀는 남들이 책 50권을 읽을 때 한 권을 50번 읽는다는 대책 없는 애서가이기도 하다. 그녀가 아끼는 책 중에서도 최고는 영국의 고전문학들이라, 꿈에서도 런던 거리를 거닐어 보고 싶어 했지만…

  • 해마다 런던을 방문하려는 계획을 세우기는 했어도 마지막 순간에 무언가 문제가 생겨 취소하곤 했다. 대개는 돈 때문이었다. 이번만큼은 달랐다. 하늘마저 이 여행을 처음부터 도와주려고 작정한 듯했다. (12쪽)

오빠는 파리도 가 보라며 100달러를 손에 쥐여 주었다. 하지만 “파리에 갈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었다.” 100달러면 런던에 일주일 더 묵을 수 있다는 생각에 기쁠 뿐이다. 마크스 서점의 절판도서 전문 서적상 프랭크 도엘과 나눈 편지를 엮어 낸 책 〈채링 크로스 84번지〉가 큰 성공을 거두고 런던에서도 출간이 이뤄지자, 그녀는 평생을 기다린 런던 여행을 떠나게 된 것이니까. 애초에 이 여행은 씁쓸한 수도 있었다. 프랭크가 살아 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 “채링 크로스 84번지.” 내가 지금 그 주소로 가고 있는 중이라는 걸 알게 되자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20년 동안 나는 채링 크로스 84번지에서 책을 구입해 왔다. 그곳에 있는 사람들과 친구가 되었으나 한번도 만난 적은 없었다. (37쪽)

하지만 55세에야 평생을 꿈꿔 온 런던 여행을 실현하게 된 것이니, 여행의 모든 순간을 소중히 붙잡아 두기로 한다.

  • 나는 아주 여러 해에 걸쳐 편지를 주고받았던 남자, 지금은 죽고 없는 그 남자를 머릿속에 떠올리며 다시 아래층으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중간쯤 내려오다 나는 난간을 잡고 그에게 조용히 속삭였다. “어때요, 프랭키? 내가 드디어 왔답니다.” (38쪽)

런던에선 모든 게 헬레인의 기대 이상이었다. 런던을 처음 구경하는 맨해튼 사람일 뿐이지만 솔직하고 거리낌이 없다. 그녀는 버킹엄궁과 윈저성 같은 랜드마크의 시대착오적인 옛날 모습(17세기 마차를 타고 입궁하는 톱해트 아래 차가운 얼굴의 20세기 외교관들), 삼엄한 경비 속에 왕가의 사생활이 손쉽게 까발려지는(신문마다 공주의 난소 종양 제거 뉴스!) 모순을 꼬집는다. 하지만 영문학 애호가답게 셰익스피어가 즐겨찾던 펍에서, 디킨스가 〈위대한 유산〉을 쓴 방에서, 그들과 작품 속 인물들이 걷고 만나고 사색하고 사랑했던 거리에서 주체할 수 없는 감정에 사로잡히곤 한다. 런던에서 처음 만난 프랭크 도엘의 아내와 딸, 새로 사귄 친구들은 (미국인들이 사족을 못 쓰는) 해러즈백화점이나 극장, 유명 바 같은 곳뿐만 아니라 자신들만이 알고 아끼는 소박한 정원까지 기꺼이 안내한다.

영국과 그 문학 전통에 대한 헬레인 한프의 사랑 고백은 가슴뭉클한 연애편지를 읽는 것 같다. 또한 전혀 다른 두 영어권 문화가 흥미롭게 충돌하는 사랑스런 도시 관찰기이기도 하다. 이 모든 걸 가능케 한 건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우정이라는 걸 생각하면, 우리를 살게 하고 연결하고 하나로 이어 주는 책의 존재에 절로 고마운 마음이 든다.

〈채링 크로스 84번지〉와 〈마침내 런던〉을 원작으로 제작된 영화 〈84번가의 연인〉도 고전이 되었다. 헬레인 한프 역의 앤 밴크로프트는 영국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모스크바영화제에선 프랭크 도엘 역의 앤소니 홉킨스가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헬레인 한프와 시나리오작가 휴 화이트모어는 USC 각본상을 공동수상했다.

마크스 서점은 1970년 초에 문을 닫았다. 서점 자리는 헬레인 한프가 방문한 1971년 초에는 비어 있었고, 여러 상점을 거쳐 지금은 맥도날드가 영업 중이라고 한다. 애비로드가 평범한 듯 다정한 모습으로 비틀즈 팬들을 기다리고 있듯이, 채링 크로스 84번가 건물 한편엔 동판으로 여기가 ‘헬레인 한프의 책으로 유명한 마크스 서점터’라고 안내하고 있다. 뉴욕에는 ‘채링 크로스 하우스’가 있다. 침대 겸 소파를 두어야만 하는 작은 아파트에서 바다 건너 런던으로 책 주문 편지를 보내던 중년의 싱글 여인이 살던 곳. 버킷리스트 런던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 여행 중에 쓴 일기를 까다롭게 (한손엔 분명 마티니 잔이 들려 있을 테며) 퇴고 중인 블룸즈버리가의 공작부인(The Duchess of Bloomsbury Street, 이 책의 원제)의 집이다.

표지에 그려진 서점 풍경은 영업 종료 한 해 전에 촬영된 마크스 서점의 모습이다. 1960년대 말 어느 날, 런던에 체류 중이던 호주 출판인 알렉 볼튼은 늘 지나다니던, 자신도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었을 서점 앞에서 카메라를 꺼내 셔터를 눌렀다. 몇 년 뒤 이 사진은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서점 풍경 중 하나가 되었다. 채링 크로스 84번가에 자리한 마크스 서점을 촬영한 1969년 사진이다. 서점은 사진 촬영 이듬해인 1970년에 영업을 종료했다. 이 사진을 소장 및 관리 중인 호주국립도서관과 알렉 볼튼 가족의 허락으로, 사진을 〈마침내 런던〉 한국어판 본문에 수록했다.

마침내 런던 The Duchess of Bloomsbury Street 
지은이: 헬레인 한프. 옮긴이: 심혜경. 출판사: 에이치비 프레스. 장르: 영문학, 에세이, 여행.
출간일: 2024년 7월 26일. ISBN: 979-11-90314-34-3. 분량: 280쪽. 제본: 무선제본. 판형: 130x190mm 정가: 17,000원

저자

헬레인 한프

1916년 필라델피아에서 태어난 헬레인 한프는 뉴욕에서 시나리오 작가로 고군분투하면서 인생의 대부분을 보냈다. 그녀를 유명하게 만들고, 이 책 〈마침내 런던〉에 영감을 준 런던 여행을 가능케 한 회고록 〈채링 크로스 84번지〉를 출간한 때는 1970년. 영국 런던의 마크스 서점과 나눈 20년간의 편지가 책으로 세상에 알려지자, 마침내 미국 뉴욕 밖의 세상으로 나갈 수 있게 되었다. 그녀의 이야기는 영화, TV 드라마, 연극으로도 만들어졌다. 한프는 평생 자유롭게 살며, 좋아하는 일에 드는 비용을 벌기 위해서만 일했다. 그리고 1997년 뉴욕에서 세상을 떠났다.

번역 심혜경

매일매일 공부하는 할머니가 되기를 꿈꾸는 공부 생활자. 오랫동안 서울시 공공도서관에서 사서로 일했으며, 성균관대학교에서 국어국문학과 상담교육학을, 한국방송통신대학교에서 영어, 중국어, 일본어, 프랑스어를 공부했다. 옮긴 책으로 〈더 와이프〉, 〈서툰 서른 살〉, 〈남자 없는 여름〉, 〈세이브 미〉, 〈엄마와 딸〉, 〈시간의 주름〉, 〈오르간 뮤직〉, 〈폴 오스터 글쓰기를 말하다〉, 〈그해 여름〉 등이 있다. 지은 책으로 〈카페에서 공부하는 할머니〉, 〈독학자의 서재〉, 〈언니들의 여행법〉, 〈북촌 북촌 서촌〉 등이 있다.

추천사

“〈마침내 런던〉을 보며 생각한다. 역시나, 책으로 이어지는 사람들은 틀림이 없다. 덕분에 셰익스피어가 다니던 식당이며 디킨스의 공간들을 헬레인 한프와 같이 걸었다.” 정현주 작가, 서점 리스본 대표

역자의 말

“〈마침내 런던〉을 읽으며 런던을 걸으면 〈해리 포터〉 시리즈에서처럼 머글 세계에서 마법 세계로 갈 수 있는 통로인 리키 콜드런 주점 같은 곳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채링 크로스 로드에 위치하는 걸로 설정한 리키 콜드런은 오래되고 낡은 가게처럼 보이지만 그 뒷문으로 나가면 마법 세계인 다이애건 앨리와 직접 연결되는 입구가 나온다고 한다. 그런데 리키 콜드런에는 인식장애마법이 걸려 있어서 우리와 같은 머글들은 절대 찾을 수가 없으니, 마법사는 아니더라도 채링 크로스 로드를 충분히 걷고 즐겼을 헬레인 한프와 함께 가면 혹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심혜경 번역가